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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제 관한 오해 5가지 "성격 바뀌고, 중독된다?" [팩트 진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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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20년 약 87만 명에서 2023년 약 109만 명으로 3년 새 25% 넘게 늘었다. 이제 우울증은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마주한 정신건강 이슈다.

그러나 항우울제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중독된다', '평생 끊지 못한다', '성격이 바뀐다'는 식의 오해가 널리 퍼져 있다. 잘못된 정보는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약물치료를 꺼리게 만들고, 심지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게 하며 회복의 기회를 놓치게 한다. 중증 우울증일수록 약물치료의 중요성이 크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정구 교수(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는 "항우울제는 성격을 바꾸는 약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흐려진 본인의 감정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 도구"라며, "정확한 정보와 열린 마음으로 치료에 접근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와 함께 항우울제를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 다섯 가지를 짚어보고, 올바른 치료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다음은 이정구 교수와의 일문일답.

q1.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성격이나 정체성이 바뀌기도 하나요?

많은 환자들이 처음 항우울제 복용을 고민할 때 자신의 본모습이 바뀌거나 감정이 무뎌질까 봐 걱정합니다. 그러나 항우울제는 성격이나 정체성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약물이 아닙니다. 항우울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일부를 조절해 우울 증상을 완화할 뿐, 사람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 특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감정 표현이 위축되고, 평소 활기찬 성격도 무기력하고 부정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자신을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게 되는데, 항우울제를 복용해서 감정이 안정되고 에너지가 회복되면 본래의 성격과 감정 표현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약을 먹은 뒤 감정이 지나치게 무뎌지거나 '내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는 약물 용량이 너무 많거나 약이 개인에게 잘 맞지 않을 때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을 바꿔야 합니다. 이런 조치를 통해 대부분의 부작용은 조절할 수 있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납니다.

q2. 항우울제는 기분을 좋게 만드나요?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나요?
항우울제는 흔히 뇌 속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점이 자주 강조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항우울제가 단순히 화학물질의 농도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뇌의 구조와 기능 회복에도 깊이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항우울제를 일정 기간 복용하면 뇌에서 신경세포들이 서로 더 잘 연결되고, 신경회로가 더욱 유연해지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촉진됩니다. 이런 변화는 뇌가 스트레스나 우울감에 더 잘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전입니다. 결국 항우울제는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는 약'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손상된 뇌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복합적인 신경생리학적 치료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q3. 항우울제는 복용하자마자 효과가 나타날까요?
항우울제는 일반 진통제처럼 복용하자마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세로토닌 수치는 빠르게 높아지지만, 뇌의 기능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통 복용 2주 뒤부터 점진적인 효과가 나타나며, 4~6주 정도 꾸준히 복용해야 뚜렷한 개선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약효가 점차 쌓이는 과정에 있으므로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을 며칠 먹고 변화가 없다고 마음대로 끊거나 바꾸면 오히려 치료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만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심리치료(인지행동치료 등)를 함께 받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심리치료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바꾸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함께 받은 경우 치료 반응률이 35% 더 높았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고, 반대로 처음에는 상담을 먼저 받다가 필요하면 약물치료를 추가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증상 정도, 생활환경, 과거 치료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합니다.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며, 약물과 심리치료를 함께 받는 것이 가장 권장되는 방법입니다.

q4. 항우울제에 중독될 수 있나요?
현재 널리 쓰이는 항우울제는 중독성이나 습관성이 거의 없는 약입니다. 마약이나 일부 수면제 같은 약물은 복용할 때 강한 갈망(craving)을 일으키거나 사용을 중단했을 때 극심한 금단 증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항우울제는 뇌의 보상 체계에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의존성(addiction)이 없습니다.

다만 항우울제를 복용하다가 갑자기 약을 끊으면 몸이 약물에 적응한 상태에서 다시 균형을 찾으려고 반응합니다. 이 때문에 어지럼증, 피로감, 불면, 메스꺼움, 감각 이상 같은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antidepressant discontinuation syndrome)이라고 부르며, 흔히 '중독'으로 오해받곤 합니다.

이런 증상은 보통 며칠에서 2~3주 사이에 저절로 좋아지며 대부분 심각하지 않습니다. 의사의 지도를 받아 서서히 용량을 줄이면서 중단하면 대부분 안전하게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몸의 반응을 중독으로 혼동하지 말고,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서 계획적으로 약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q5. 항우울제 부작용은 흔한가요? 주로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나요?
항우울제를 처음 복용하는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부작용이지만, 항우울제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고 나타나도 대부분 가볍거나 일시적입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입마름, 졸림, 어지럼증, 변비, 성기능 저하 등이 있으며, 이는 대개 복용 초기 며칠에서 몇주 사이에 나타났다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각자의 체질, 유전자, 뇌의 신경전달물질 반응성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약을 복용해도 어떤 사람은 졸리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은 잠이 안 온다고 합니다. 또 체중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약인데 오히려 살이 찌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몸속 대사 반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개인차를 고려해 다양한 원리와 성분을 가진 항우울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의사는 환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가장 적합한 약을 찾아갑니다. 만약 불편한 부작용이 계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복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약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약을 마음대로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일시적이거나 조절할 수 있으므로, 치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 막연한 두려움보다 전문의 상담 및 치료가 우선
항우울제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우울증 치료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정구 교수는 "항우울제는 중독성이 없고, 뇌의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안전한 치료제이며, 성격을 바꾸거나 평생 의존하게 만드는 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환자가 본래의 감정과 활력을 되찾도록 돕는 치료 도구라고 덧붙였다. 우울증은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환인 만큼,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전문의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길 권한다.